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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스스로 공부하게 되는 아이, 환경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공부 좀 해!”
“책상에 앉기라도 해 봐.”
“스스로 할 생각은 없는 거야?”이 말들,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아이가 공부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부모는 조바심이 납니다. 계획표를 짜주고, 보상도 걸어보지만 자꾸 흐지부지되고 맙니다. 그때마다 “의지가 부족한가?” “게으른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대부분 '의지'가 아닌 '환경'에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의 아이는 스스로 동기를 만들어내기보다 외부 자극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렇기에 아이의 ‘학습 자율성’을 기대하기 전에, 먼저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글에서는 교육심리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아이가 공부를 '스스로' 시작하게 되는 환경의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부모가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팁까지 제안하려고 합니다.
자율성은 환경에서 자란다
교육심리학자 에드워드 디시는 인간의 동기부여를 설명하며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자율성(Autonomy), 유능감(Competence), 관계성(Relatedness) 이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될 때, 사람은 가장 내적인 동기를 가지고 활동하게 됩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를 시켜야 하는 환경이 아닌 '공부하고 싶어지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비로소 아이는 스스로 학습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 '환경'이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단순히 책상이 깔끔하다고 공부가 저절로 되는 건 아닙니다. 아이가 어떤 신호를 받고, 어떤 방식으로 그 공간을 인식하느냐에 따라 환경의 효과는 달라집니다.
스스로 하게 만드는 환경,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1. 통제 대신 선택이 있는 공간
아이에게 ‘공부방’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방이 '통제의 상징'이 되는 순간, 아이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어 책상 위에 ‘계획표’, ‘오늘의 목표’, ‘엄마의 메모’가 가득 붙어 있고, 자리에 앉기만 하면 바로 부모의 감시가 시작된다면, 그 공간은 자율성과는 거리가 먼 통제의 공간이 됩니다.
반대로 아이가 공부할 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질수록 자율성은 살아납니다. 예를 들어,
- 오늘은 책상에서 할지, 거실 테이블에서 할지
- 문제집을 먼저 풀지, 독서록을 먼저 쓸지
- 스톱워치로 10분 집중 공부를 할지, 타이머 없이 자유롭게 할지
이런 소소한 선택이 쌓이면서 아이는 ‘내가 결정한 공부’라는 인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인식은 곧 ‘스스로 시작하는 공부’로 연결됩니다.
2. 감정이 존중되는 환경
공부는 감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 활동입니다. 아무리 공간이 좋아도, 그 안에서 아이가 불안하거나 위축된다면 학습 능력은 제대로 발휘되지 않습니다. 특히 초등 저학년은 감정을 말로 풀어내는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공부가 하기 싫은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때 부모는 먼저 질문해야 합니다.
“공부가 좀 어렵게 느껴졌어?”
“오늘 머리가 무겁거나 기분이 별로였어?”
“다른 일이 먼저 생각나서 집중이 안 됐던 건 아닐까?”이런 질문은 아이의 감정을 가볍게 인정해 주는 동시에, 스스로 감정을 분류하고 정리하도록 돕습니다. 감정이 정리되면 학습은 훨씬 수월해지고, 자율성은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3. 작은 성공 경험이 있는 환경
‘스스로’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바로 ‘성취감’입니다. 하지만 그 성취는 너무 크지 않아야 하며, 현실적으로 도달 가능한 목표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1시간짜리 공부 계획을 세우고 그걸 실패했을 때 아이는 자존감에 상처를 입습니다. 반면,
“10분만 집중해 볼까?”
“이 한 페이지만 같이 해볼까?”이런 작은 단위로 목표를 잡고, 그걸 해냈을 때 칭찬해 주면 아이는 ‘나는 할 수 있다’는 유능감을 갖게 됩니다. 이 유능감은 자발적 학습의 뿌리가 됩니다. 특히 아이가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완료한 후에는 꼭 성취를 느낄 수 있는 말을 해주세요.
“네가 정한 일인데 잘 해냈네.”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해낸 거 알아?”이런 말 한마디는 아이의 학습 자율성을 단단히 붙잡아줍니다.
4. 실패가 허용되는 분위기
공부에서 실패는 필연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 실패가 매번 지적되고 혼나는 경험으로 끝난다면, 아이는 결국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반대로 실패를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환경에서는 아이는 훨씬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도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점수가 낮았을 때 “이건 왜 틀렸어?”라고 묻기보다
“이번엔 어떤 게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
“다음엔 어떤 방식으로 준비해 볼까?”라고 물어보면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실패를 둘러싼 환경의 반응이 관찰, 분석, 개선이라는 흐름을 가질 때 아이는 자신을 학습의 주체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이 인식이 바로 자율적 학습의 핵심입니다.
5. 관계가 따뜻한 공간
아무리 아이가 혼자 공부해야 한다고 해도, 결국 학습은 인간관계 안에서 자라납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긴장 상태라면, 아이는 그 관계 자체를 피해 학습도 회피하게 됩니다. 반대로 안정적인 애착과 정서적 교감이 있는 가정에서는 학습도 더 건강하게 이뤄집니다.
하루 10분이라도 아이와 ‘공부 이야기 아닌 이야기’를 나누세요.
좋아하는 것, 요즘 기분, 친구 이야기 등 학습과 관계없는 대화가 쌓일수록 아이는 부모를 정서적 자원으로 느끼고, 학습 환경도 더 안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스스로 학습하는 아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실천 팁
학습 환경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인테리어가 아닙니다. 부모가 ‘통제’ 대신 ‘지원’의 태도로, ‘감시’ 대신 ‘관심’의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세요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도와주세요
-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세요
- 감정에 공감하는 질문을 던져주세요
- 관계 속 안전함을 제공하세요
이 다섯 가지가 어우러질 때, 아이는 더 이상 “공부해!”라는 말을 기다리지 않게 됩니다. 그전에 먼저 “이거 먼저 해볼까?”라고 스스로 입을 열게 되니까요.
결론 : 자율적 학습은 환경이 만든다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는 ‘특별한 아이’가 아닙니다. 그 아이가 자라온 환경에, 자율성과 감정 존중, 실패에 대한 관용, 작은 성공의 반복, 따뜻한 관계가 있었던 것뿐입니다. 자발적 학습을 기대한다면 먼저 아이가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환경’을 돌아보세요. 그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있는지, 감정은 존중받는지, 성공 경험은 충분한지, 관계는 따뜻한지를 점검해 보는 것. 그 점검 하나가 아이의 공부를 ‘시켜야 하는 일’에서 ‘하고 싶은 일’로 바꾸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스스로 하게 만드는 힘은 ‘내 아이 안’이 아니라, ‘우리 집 환경’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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