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집공생활

초등 자녀의 감정, 자율성, 문해력을 키우는 따뜻한 학습 블로그. 계획표보다 ‘마음 습관’을 먼저 챙기는 초등 공부 루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슬기로운 집공생활.

  • 2025. 4. 4.

    by. 슬집사

    목차

      초등 저학년 아이가 학습을 거부할 때, 부모의 첫 반응은?

       

      “공부하자”는 말에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립니다. 숙제를 하려던 아이가 한숨을 쉬며 연필을 던집니다. 계획표는 분명 아이와 함께 짰고, 준비물도 다 챙겨놨는데, 막상 시작하려 하면 아이는 온몸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특히 1~3학년 시기는 아이가 ‘학습’이라는 개념에 본격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처음엔 새 교과서와 필통에 설레지만, 점차 규칙과 반복, 결과 중심의 환경에 지치기 쉽습니다. 이 시기에 학습에 대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학습 거부 자체가 아니라 부모가 보이는 첫 반응이 아이의 학습 태도를 결정짓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학습 거부’라는 상황을 마주한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떤 반응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지, 교육학적 관점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깊이 있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부모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아이의 학습 동기라는 불을 꺼뜨릴 수도 있고, 반대로 다시 활활 지펴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며 읽어주세요.

       

       

      아이가 학습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

      아이들은 보통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행동으로 드러냅니다. ‘공부하기 싫다’는 말 뒤에는 피로, 자신감 부족, 지루함, 또는 부모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 등 여러 감정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풀다가 갑자기 “몰라! 안 해!”라고 외친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표면적으로는 학습 태도가 나빠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이 문제 풀 자신이 없어”, 혹은 “엄마가 또 실망할까 봐 무서워”라는 감정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발달 초기 단계입니다. 따라서 학습 거부는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정서적 신호일 수 있으며, 이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느냐가 이후의 학습 동기 형성에 깊이 영향을 줍니다.

       

       

      초등 아이의 학습 거부, 감정부터 다뤄야 하는 심리학적 이유

       

       

      부모가 흔히 하는, 하지만 위험한 반응

      학습을 거부하는 아이를 보며 부모는 당황하거나 조급해지기 쉽습니다.

       

      “왜 또 안 해?”
      “다른 애들은 벌써 다 했대.”
      “너 지금 이러면 나중에 큰일 나.”

       

      이런 말들은 대부분 아이를 변화시키기보다, 아이의 자존감을 더 낮추고 학습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특히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아직 ‘성과’보다 ‘관계’를 중심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부모의 말투나 표정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부모가 실망하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자주 경험한 아이는

       

      “나는 공부를 잘 못 하는 아이다.”
      “엄마는 나한테 늘 화가 나 있다.”
      “공부는 나쁜 일이야.”

       

       

      이런 식으로 자신과 공부,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연결 짓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결국 학습 회피, 자신감 저하, 학습 불안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는 자기주도 학습 역량 형성을 방해합니다.

       

       

      좋은 반응은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읽어주는 것

      학습 거부를 마주했을 때,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부하라’는 말보다 아이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숙제를 앞두고 짜증을 낸다면 “왜 이렇게 짜증 내? 하기 싫어?”가 아니라, “오늘 좀 피곤해 보여. 혹시 힘든 일이 있었어?” 이렇게 말해보는 겁니다.

      감정은 수용받을 때 줄어듭니다.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인정해주면, 아이는 비로소 마음의 경계를 조금씩 내려놓습니다. 그다음에야 비로소 “그럼 언제 시작하면 좋을까?”, “이 문제 먼저 할래, 쉬운 거부터 할래?” 이런 식으로 학습 활동에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실제로 한 어머니는 늘 “공부 좀 해!”라고 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요즘 수학 숙제할 때 힘들어 보이던데, 뭐가 어렵게 느껴졌어?”라고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아이는 “계산할 땐 괜찮은데, 문제 이해가 어려워”라고 자신의 느낌을 표현했고, 그 이후에는 문제를 함께 읽어주기만 해도 아이가 훨씬 덜 거부감을 보였다고 합니다.

       

       

      학습 거부에는 성향별 맞춤 반응이 필요하다

      모든 아이가 같은 이유로 학습을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아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또 어떤 아이는 자율성 침해 때문에, 혹은 과제의 의미를 못 느끼기 때문에 학습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 완벽주의 성향의 아이: “틀릴까 봐 무섭다” → 정답보다는 과정을 칭찬해 주세요.
      • 자기표현이 약한 아이: “뭐가 싫은지 잘 모르겠어요” → 감정을 말로 끌어내는 질문을 시도하세요.
      • 외향적이고 산만한 아이: “이거 재미없어!” → 활동형 학습이나 놀이 기반 접근이 효과적입니다.
      • 내향적이고 예민한 아이: “엄마가 또 실망할까 봐 무서워요” → 안정된 분위기, 작은 성공 경험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성향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대응 방식을 익히는 것이 아이의 ‘학습 반응’을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아이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지켜주는 질문

      아이가 학습을 거부할 때, 억지로 시키는 것보다 선택지를 주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지금 할래, 아니면 10분 쉬고 할래?” 라거나 “문제집 먼저 할래, 독서록 먼저 할래?” 이렇게 선택권을 부여하면 아이는 ‘내가 결정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자율성과 책임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서도, ‘자율성’은 인간의 내적 동기를 자극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힙니다. 즉,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경험을 쌓을수록, 학습은 더 이상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택한 일이 됩니다.

       

       

      결론 : 아이의 학습 태도는 부모의 반응에서 시작된다

      초등 저학년은 지식보다 태도가 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학습 태도는 평생의 학습 자존감과 연결됩니다. 부모의 첫 반응이 아이에게 ‘공부는 괜찮은 일’이라는 신호를 줄 수도 있고, ‘공부는 두렵고 싫은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학습을 거부하는 아이를 바꾸는 것은, 결국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과 말투, 감정 다루는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공부가 안 된다고 아이를 탓하기 전에, 오늘 아이의 표정, 말투, 기분을 한 번 더 읽어보세요. 그 안에 아이가 진짜로 말하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